하늘을 떠받드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지명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달도 태양도 이웃이다. 봉천동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다.'
작가 조경란씨의 고향은 관악구 봉천동이다. 그는 단편 '나는 봉천동에서 산다'에서 애향심(愛鄕心)을 듬뿍 담아 어린 시절 추억을 풀어놓았다. 관악산 북쪽 기슭에 있는 이 마을은 산이 험하고 높아 마치 하늘을 떠받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봉천(奉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봉천동'이 '봉천리'였던 1933년, 사람들은 산기슭에 계단식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살았다. 습지인 탓에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말이 나왔다.
이곳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건 인근에 서울대학교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도로가 정비됐고, 지하철도 개통됐다. 1965년 1만여명이던 인구는 10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원래 봉천동에는 이북 출신이나 숨어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봉천동은 행정구역상으론 서울이지만, 정작 서울 출신은 드물다.
조경란씨는 소설에서 '봉천동'이란 지명을 "세상에 이렇게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지명이 다 있을까"라고 했다. 대다수의 주민이 이런 생각이었을까? 봉천동은 2008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해 행정동인 봉천본동~봉천11동의 이름을 모두 바꿨다. 달동네, 판자촌 등의 이미지가 강했던 봉천동은 이제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앞다투어 건설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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