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18] 원님 앞에 나타난 전설 속 하정승 "도벌꾼 막아달라"
구로구 천왕동
옛날 어느 고을에 부임하는 원님마다 첫날밤 숨지는 일이 계속됐다. 연이어 세 원님이 죽어나가니, 나라에서 고민 끝에 사형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무장(武將)을 원님으로 보냈다. 새 원님이 첫날밤 초를 밝히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일어 촛불이 휙!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전설 한 토막이다. 서울에도 실제 이런 전설이 내려오는 동네가 있으니, 구로구 천왕동(天旺洞)이다. 천왕동이 부평도호부에 속했던 조선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설 속으로 돌아가면 얘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촛불이 휙 꺼지더니 방문이 열리고 한 선비가 나타났다. 담력 센 원님이 마음을 가다듬고 예를 갖추자 선비도 "나는 신현(新峴)의 뱀내에 묻혀 있는 하연이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원님은 등골이 오싹했다. 세종대왕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河演) 정승이 떠올라서였다. 하 정승은 "묘역에 자꾸 도벌꾼이 들어오니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원님은 도벌꾼을 색출해 처벌했고, 그 공으로 사면을 받았다.
전설 속 하 정승은 실존 인물로, 그 묘역 또한 천왕동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新川洞)에 있다. 지금의 천왕동 일대에 마을을 개척한 것도 하 정승의 5세손이었다. 뒷산에 천왕사(天旺寺)란 절이 있어 마을을 '천왕골'이라 했는데, 하 정승과 천왕동은 보통 인연이 아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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