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실본동이야기]/[수도권]우리동네 옛이야기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19] 동작구 노량진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1. 5.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知人 지방 갈 때 배웅 술잔 기울이던 곳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볼까….'

6·25전쟁 직후까지도 널리 불렸던 우리 민요 '노들강변'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로 유명해진 노들강변은 다름 아닌 동작구 노량진동(鷺梁津洞)이다. '백로가 노니는 나루'란 뜻을 지닌 '노량진'의 한글 이름이 '노들나루'라서 그 앞을 흐르는 한강도 노들강이라 했다.

노량진 하면 수산시장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조선시대엔 한강의 중요한 길목이자 서울 도성과 경기도 과천의 경계였다. 임금이 도성을 떠날 일이 있으면 큰 배를 이어붙여 만든 '배다리'(舟橋)를 여기 띄웠다. 세종·세조는 휴양하러 온양온천에 갈 때,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역을 참배하러 능행할 때 배다리를 이용했다.

노량진은 또 경치가 아름다운 경승지라, 많은 명사들이 즐겨 산책했다. 지인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갈 적에 석별의 술잔을 기울이는 곳도 노량진이었다. 인조 때 문신 이명한은 노량진에서 친구를 전송하며 이렇게 읊었다. "10리 모래밭에 부슬비 개이니,/ 석양녘 이별하는 마음이 외로운 배에 가득 차누나."

대한제국 말기까지 많은 노량진 주민들은 한강에서 고기잡이를 했다. 한참 뒤인 1971년엔 중구 의주로 부근에 있던 수산시장이 노량진으로 이전했다. 지금 수산시장 현대화와 함께 노량진 민자역사 건립, 뉴타운 개발도 진행 중이니 노량진의 또 다른 상전벽해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