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수·한국풍수지기학회장
'4년 만에 침묵 깬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인터뷰 기사는 일반인들에게 풍수를 왜곡 전달할 우려가 있어 기사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풍수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기사 중 풍수지리학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은 "명당은 없다", "우리나라의 풍수는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안한 비보풍수(裨補風水)이며 비보풍수는 지리적 결함을 보완하자는 것이지 명당 찾는 일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명당은 풍수지리학의 핵심으로 명당이 없으면 풍수지리학도 없다. 노다지를 캐려는 사람들이 많은 인력과 재화를 들여 땅을 깊이 파는 것은 흙과 돌 속에 파묻혀 있는 금을 캐기 위함이다. 금을 캐기가 어렵다고 해서 "금은 없다", "돌과 금은 마찬가지다"라고 우긴다면 사리에 맞는 말이겠는가?
도선국사 이래 정착된 우리나라의 자생적 풍수가 비보풍수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이를 요즘 언어로 하자면 '공익풍수(公益風水)'쯤 될 것이다. 그러나 비보풍수에서도 명당의 존재와 가치는 절대적이며 사찰을 건립해 나쁜 터를 명당처럼 좋은 터로 보완함으로써 전 국토를 살기 좋은 낙토로 가꾸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명당을 부정하는 듯하던 최 교수도 어느 대목에서 "도선국사가 터를 잡은 수많은 사찰 가운데 명당은 몇 안 됐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명당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에 깔고 하는 말로써 "명당은 없다"는 주장과 이율배반적이다.
풍수지리학은 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기론(理氣論)과 땅의 형상을 살피는 형기론(形氣論), 그리고 생기(生氣)가 있는 진혈(眞穴) 명당을 찾는 지기론(地氣論)의 3학(三學)이 충족돼야 비로소 남의 가옥이나 조상묘 터를 잡아줄 자격이 생기는 법이다. 이 중 한쪽에만 능하거나 겨우 문리만 튼 상태에서 풍수지리학 자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희론(戱論)에 빠질 우려가 있다.
최 교수의 말 중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내가 좋으면 그곳이 명당'이라고 하는 발상이다. 이는 풍수지리학 그 자체를 파괴하는 허무주의적 태도이다.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굳이 풍수지리학을 손안에 쥐고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그냥 '지리학자'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의 현대 풍수가 도선국사 이래의 비보풍수를 심화 발전시키지 못하고 기복풍수(祈福風水)로 흘러온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보다 더 잘못된 것은 지기(地氣)를 체득하지 못하고 이론만으로 풍수지리학을 논하다가 결국 지쳐서 "명당은 없다", "풍수는 엉터리다"고 자포자기에 빠져 귀중한 정신문화의 유산을 통째로 내버리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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