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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잠실 리센츠 부지 전체가 경매 위기 `패닉상태`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8. 12. 17.

 

잠실 리센츠 부지 전체가 경매 위기 `패닉상태`

아파트-상가조합이 이권다툼
송파구청 중재안도 부결
세입자들 해약 요구 봇물

지난 15일 저녁 7시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단지 내 입주자 지원센터.정문 앞을 사설 경호원 30여명이 지키고 선 가운데 아파트 조합원 2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송파구가 낸 중재안을 검토하고자 아파트재건축조합이 소집한 대의원 대회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의원 말고 다른 조합원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한 조합원은 "최근에서야 내 집이 가압류돼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조합장과 일면식도 없는데 정말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잠실 리센츠 입주민들이 아파트조합과 상가조합 간 다툼으로 인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미 토지가 가압류된 35명의 주민들과 일반 분양자 약 1000여가구의 경우 멀쩡한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설사가상으로 전세로 입주한 세입자들도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리센츠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백모씨는 "조합원이나 집주인에 비해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며 "전세금을 보장받기 위해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리센츠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리센츠 세입자들로부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경매에 들어가더라도 건물이 아닌 토지 경매라 보증금 상환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계약해지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미 몇 군데는 소유주가 계약을 해지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당초 독립정산제로 재건축을 추진했던 주공2단지(리센츠) 상가와 아파트 조합이 현재 1100억원에 달하는 분양수익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

부지 전체가 경매위기에 놓인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법적으로는 상가조합이 유리하다. 상가조합은 아파트조합의 방해로 일반분양을 못하고 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상가조합 측은 이에 따라 70억원가량의 배상금을 받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리센츠 아파트 부지에 대해 가압류를 걸었다.

송파구는 두 조합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이날 밤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됐다. 이 안은 상가의 일반분양을 줄이는 대신 상가조합 측의 지분 면적을 늘려주고, 분양수익금은 아파트조합이 가져가도록 하는 타협안이다. 중재안이 받아들여 지면 상가조합이 아파트 부지에 대해 건 가압류 처분이 해제된다.

하지만 상가조합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준호 상가조합 사무국장은 "법원으로부터 대의원 회의 개최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조합 측이 대의원 회의를 강행했다"며 "앞으로 가압류된 토지에 대한 경매 처분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