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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개미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6. 18.

개미

최규학

개미가 철갑 무사처럼 걸어간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산이 무너져도 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개미는 나무와 비슷하다.
나무 한 그루는 대수롭지 않지만
나무가 숲을 이루면 지배자가 되듯이
개미 한 마리는 미미하지만
개미 군단은 땅 껍데기를 지배한다
수천조에서 일경에 가까운 개미들이
지구를 장악하고 있다.
100억 도 못 되는 인간이 어떻게
숫자로 개미를 이길 것인가?
사람 수의 세배쯤 되는 쥐들이 어떻게
개미를 당할 것인가?
사람은 죄의식도 없이 개미를 밟아 죽이지만
개미는 개의치 않는다
개미는 순교자처럼 희생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개미는 기도하지도 않고
대항하지도 않는다
다만 늘 하던 대로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지도 않고
동료를 죽이지도 않으며
부지런히 자기 삶에 충실할 뿐이다
개미는 무의식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엄격한 사회제도를 이루며
개미는 낭만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결혼 비행을 즐긴다
개미를 무의미한 티끌처럼 여기지 마라
개미는 조물주의 의지에 따라 삶을 수행하는 사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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