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虛潭(허담)조성열·글모음

그 길을 걸었습니다. -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12. 1.

그 길을 걸었습니다. -

야구가 끝나면 나의 가을이 다 가버
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쌀쌀했지만, 하늘이 너무 푸
르고 맑아, 호숫물에 비친 햇살이 이
집트사막의 은하수처럼 반짝거렸습니다.

물억새는 할아버지 수염처럼

맥없이 흐늘거리고, 사이로 큰고니
몇 마리가 정겹게 놀고 있었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니 큰 소나무 群(군)이

숲을 이룬 채 나를 반겼습니다.
나는 이 길이 프랑스'바르비종'숲길 같아 참 좋아합니다.

'정다운 다리'에서 보니

오늘도 큰 오리 몇 마리와 새끼오리 두 마리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이 호수는, 이 대자연은, 오늘도 변함
없이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저에게
선물합니다.

더 이상 외로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말자고 생각하면서

그 언덕길을 내 펴왔습니다.


2020.11.28. 허담. 조성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