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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매미의 사랑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8. 28.
매미의 사랑

최규학

수탉은 고함을 지르고
새는 지저귀고
매미는 용을 씁니다
수탉은 깨어나라고 소리지르고
새는 어둠이가고 새날이 온다고 시를 읊는데
매미는 목청 높여 사랑을 외칩니다
아랫배를 볼록거리며 사랑이 최고라고 열을 냅니다
자기의 사랑을 받으라고 핏대를 올립니다
가소로운 듯 새가 바라봅니다
사랑밖에 모르는 매미가 딱합니다
목소리가 크다고 힘도 센 건 아닙니다
날 수 있다고 다 같은 날개가 아닙니다
기익 기익
처절한 비명소리가 초라하게 울립니다
새가 매미를 물고 하늘 높이 날아갑니다
매미의 거창한 사랑이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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