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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짓밟힌 풀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1. 9.

짓밟힌 풀/

 

 

최규학

 

 

 

짓밟힌 풀은

한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

 

지구의 수호자처럼 거들먹거리던 멋진 풀들은

기러기 울음소리에 허망하게 넋이 나가

꼬챙이에 꿰인 동태처럼 말라가지만

 

길가에서 밟히고 찢기고 숨죽이며 살아온 너는

눈이 쏟아져도 놀라지 않고

칼바람에 베어도 울지 않는다

 

강아지 가슴 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게 흙을 감싼다

북풍한설이 스스로 지쳐 물러날 때까지

푸릇푸릇 포기하지 않는다

 

소나무 잣나무는 갑옷으로 무장하지만

너는 맨몸으로 추운 날들을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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