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곡밥·나물, 체질에 따라 궁합 맞춰 드세요
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 정월대보름(금년은 2월6일)에 세시풍습으로 먹는 음식이다. < 동국세시기 > 등을 보면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는 풍속은 신라시대 때 시작된 것으로 나온다.
"궁중에서는 왕의 목숨을 구해 준 까마귀를 위해 매년 음력 1월15일에 제사를 지내면서 귀한 음식을 넣은 약식을 지었으나 서민들은 오곡밥으로 대신했다."
오곡은 찹쌀·수수·차조·팥·콩을 말한다. 수수나 팥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는 그 대신 보리·기장을 넣어 오곡으로 꼽았다. 오곡밥에 잣, 대추, 밤 등을 넣기도 한다. 아홉가지 나물에 포함되는 것은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가지, 버섯, 시래기, 고비, 고사리, 토란대, 고구마순, 도라지, 취나물이다. 말린 온갖 나물을 물에 불려 삶았다가 볶거나 무쳐 먹는다. 이래서 정월대보름은 '나물 명절'로 불린다.
■ 오장육부를 조화시키는 오곡밥
오곡밥과 나물은 대표적인 웰빙건강식으로 꼽힌다. 나물은 각종 영양소와 섬유질이 풍부하고, 데치거나 삶아서 조리하기 때문에 중금속이나 농약 등 오염물질도 제거돼 안전한 먹거리로 바뀐다. 고지혈증이나 비만인 사람, 운동량이 부족하고 정신적 긴장이 많은 사람,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에 안성맞춤이다. 육류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위주의 서구화된 식생활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오곡밥은 다섯가지 색의 곡식이 모두 들어가 있어 오장육부를 조화시키는 음식"이라고 평가한다. 또 쌀을 제외한 곡식들은 단독으로 먹기가 불편하지만 여러가지 곡식이 한데 어울리면 영양도 풍부해지고 궁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몸이 많이 찬 사람은 따뜻한 성질을 지닌 찹쌀과 콩의 비율을 늘리는 등 체질에 맞는 잡곡을 맞지 않는 잡곡보다 더 많이 넣어 밥을 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멥쌀은 성질이 완만해서 체질에 관계없이 섭취할 수 있고 찹쌀은 뱃속을 따뜻하게 한다. 몸이 찬 사람은 찹쌀이 더욱 좋다.
조, 수수 등의 잡곡에는 흰 쌀밥에서는 섭취하기 힘든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노란색의 좁쌀은 기를 보태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좋다.
수수는 몸의 습한 기운을 없애주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팥은 몸의 부기를 제거하고 종기와 농혈을 배출하며,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해 준다.
콩은 오장을 보호하고 기의 순환을 도와준다. 단백질, 비타민, 철분 등 다양한 영양분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식물성호르몬(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어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 나물도 체질 따라 조리해야
말린 나물에는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해 몸에 활력소를 주고, 혈액의 원활한 순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생나물에 비해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파이토케미컬)의 함량은 줄어든다.
김달래한의원 김달래 원장은 "섬유질이 풍부한 나물을 많이 섭취하면 배변 기능이 좋아지고 심혈관질환, 뇌졸중 위험이 감소되며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몸에 좋은 나물이지만 체질에 따라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소음인 체질은 기름을 많이 넣고 볶은 나물반찬이 소화에 부담을 주고, 태음인 체질은 기름 때문에 열량이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에 따르면 나물에는 저마다 차거나 더운 성질이 있다. 몸이 찬 사람은 더운 성질의 것을, 몸이 더운 사람은 찬 성질의 것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 요령이다.
◆약이 되는 나물 11가지
1. 호박고지=호박이 가진 당분은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장이 약한 사람과 회복기의 환자에게도 아주 좋다. 호박에 많이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A의 효력을 나타낸다. 베타카로틴은 항산화작용으로 동맥경화, 노화, 암 등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2. 박고지=여물지 않은 박의 과육을 말린 것이다. 식이섬유가 많고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식물성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성질이 차서 몸의 열기를 없애주고, 섬유질과 칼륨이 많아서 대변과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3. 말린 가지=가지는 성질이 차서 자주 화를 내고 성격이 급하고 열정적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체력이 약하고 기운이 부족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나쁘다. 오래된 기침이나 인후염으로 목이 아프고 이물감이 있을 때 효과가 있다. 부기가 잘 내리지 않을 때 복용하기도 한다.
4. 취나물=성질이 따뜻하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요통, 두통 등이 있을 때 좋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멈추어 주며, 숨이 차고 기침할 때 피가 나오는 증상에도 좋다. 급성질환보다는 만성 질환이 있을 때 효과적이다.
5. 고비=말린 고비는 단백질의 비중이 높고, 당질도 매우 높다. 무기질 중 인의 비중도 높다. 구충효과가 있으며, 한약으로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데 쓰인다.
6. 고사리=고사리의 어린 잎은 비위를 고르게 하고 대소장을 윤택하게 해주어서 변비를 없앤다. 소변이 잘 나가게 해서 부기를 내리게 한다. '브라켄톡신'이라는 발암성 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충분히 삶으면 이 성분은 대부분 빠져나간다.
7. 도라지=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기관지의 분비기능을 항진시켜 가래를 삭이고 인후염으로 목이 아플 때에 효과적이다. 약리실험에서 진정, 진통, 해열, 소염 작용 등이 입증됐다.
8. 시래기(무청)=성질이 따뜻하고 열량이 낮으며,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 칼슘, 철 등도 많이 들어 있다. 국수나 보리를 먹고 체했을 때 효과가 있다. 얼굴이나 머리에 열기가 많아서 생기는 질환에도 좋다.
9. 버섯=성질이 평이하고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서 기운을 보하고 몸을 가볍게 해준다. 대변에 피가 자주 비치는 사람, 치질로 고생하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 소화기관이 약하여 음식을 먹고 나서 가스가 많이 생기는 사람들에게 개선 효과가 있다.
10. 고구마순=칼슘과 칼륨이 풍부해 골다공증,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칼로리가 낮아 비만을 예방하며 섬유질이 많아 변비 예방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11. 토란대=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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