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지 선정에 따른 풍수지리 조건
Ⅰ. 擇里志 中에서
입지 선정에는 입지조건, 입지론, 입지인자 등 부동산학 개론적 조건을 최우선시 한다. 그러나 입지조건 중 자연조건에 해당하는 풍수지리적 조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입지선정의 중요한 항목인 풍수지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 이중환의 택리지 중에서 卜居總論(복거총론)를 요약해서 보기로 한다.
<복거총론 요약>
대저 살 터를 잡는 데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다음 인심(人心)이 좋아야 하고, 또 다음은 아름다운 산과 물(山水)이 있어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그런데 지리는 비록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 곳이 못 되고, 생리는 비록 좋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으나 인심이 착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있게 되고, 가까운 곳에 소풍할 만한 山水가 없으면 정서를 화창하게 하지못한다.
1. 地理
어찌하여 지리를 논하는 것인가. 먼저 수구(水口)를 보고, 다음 들의 형세를 본다. 다음에 산의 모양을 보고, 다음에는 흙의 빛깔을, 다음은 조산(祖山)과 조수(祖水)를 본다.
무릇 수구가 엉성하고 널따랗기만 한 곳에는 비록 좋은 밭 만 이랑과 넓은 집 천 간이 있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저절로 흩어져 없어진다. 그러므로 집터를 잡으려면 반드시 수구가 꼭 닫힌 듯하고, 그 안에 들이 펼쳐진 곳을 눈여겨보아서 구할 것이 다.
그러나 산중에서는 수구가 닫힌 곳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들판에서는 水口가 굳게 닫힌 곳을 찾기 어려우니, 반드시 거슬러 흘러드는 물이 있어야 한다. 높은 산이나 그늘진 언덕이나, 역으로 흘러드는 물이 힘있게 판국(版局)을 가로막았으면 좋은 곳이 된다.
막은 것이 한 겹이라도 진실로 좋지만 세 겹, 다섯 겹이면 더욱 크게 좋다. 이런 곳이라야 완전하게 오랜 세대를 이어 나갈 터가 된다.
높은 산중이라도 들이 펼쳐진 곳이라야 바야흐로 터가 된다.
무룻 산 모양은, 조종(祖宗)되는 산은 다락집이 치솟은 형세라야 좋다는 감여가의 말이 있다.
주산(主山)이 수려하고 단정하며, 청명하고 아담한 것이 상(上)이다.
뒤에서 내려온 산맥이 끊어지지 아니하면서 들을 건너다가 갑자기 높고 큰 봉우리로 솟아나고, 지맥이 감싸 돌면서 골판(洞府)을 만들어 궁내(宮內)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나며, 주산의 형세가 온중(穩重)하고 풍대(豊大) 하여 겹집이나 높은 궁전 같은 것이 다음이다.
사방에 산이 멀리 있어서 평탄하고 넓으며, 산맥이 평지에 뻗어 내렸다가 물가에 그쳐서 들판 터를 만든 것이 또 그 다음이다.
가장 꺼리는 것은 산의 내맥(來脈)이 약하고 둔하면서 생생한 기색이 없거나, 혹 산 모양이 부서지고 비뚤어져서 길한 기운이 적은 곳이다.
땅에 생생한 빛과 길한 기운이 없으면 인재가 나지 않는다.
이러므로 산 모양을 살피지 아니할 수 없다.
무릇 조산祖山에 혹 돌로 된 추악한 봉우리가 있든가, 혹 비뚤어진 외로운 봉우리가 있거나, 흑 무너지고 떨어지는 듯한 형상이 있든지, 흑 엿보고 넘겨보는 모양이 있거나, 혹 이상한 돌과 괴이한 바위가 산 위에나 산밑에 보이든지, 혹 긴 골짜기로 된 충사(沖砂)가 전후 좌우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산은 반드시 멀리 있으면 맑게 빼어나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맑고 깨끗하여 사람이 한 번만 보아도 기쁨을 느끼며, 울퉁불퉁한 밉살스런 모양이 없으면 길한 것이다.
조수(朝水)라는 것은 물 너머의 물을 말하는 것이다.
작은 냇물이나 작은 시냇물은 역으로 흘러드는 것이 길하다.
그러나 큰 냇물이나 큰 강이 역으로 흘러드는 곳은 결코 좋지 믓하다.
큰 물이 역으로 흘러드는 곳은 집터나 묘터를 논할 것 없이 처음에는 비록 흥왕하여도 오래되면 패망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곳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흘러드는 물은 반드시 산맥의 좌향과 음양 이치에 합치되어야 한다.
또 꾸불꾸불하게, 길고 멀게 흘러들어 올 것이고 일직선으로 활을 쏘는 듯한 곳은 좋지 못하다.
이런 까닭에 장차 집을 지어서 자손 대대로 전할 계획을 하려고 하면 지리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여섯 가지(수구 ·들 ·형세·산 모양 ·흙 빛깔·물길·조산 조수)가 긴요한 내용이다.
2. 生利
어찌하여 생리를 논하는 것인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미 바람과 이슬을 음식 대신으로 삼지 못하고, 깃과 털로써 몸을 가리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연히 입고 먹는 일에 종사하지 않을 수 없다.
위로는 조상과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처자와 노비를 길러야 하니, 재리(財利)를 경영하여 넓히지 않을 수가 없다.
공자의 가르침에도 부하게 된 다음에 가르친다 하시었다.
옷을 헐벗고 밥을 빌어먹게 되어, 조상의 제사를 받들지 못하고, 부모를 봉양하는 것도 돌보지 못하며, 처자의 윤리도 모르는 자에게 어찌 가만히 앉아서 도덕과 仁義를 말하라 하였겠는가.
대저 세상 사람이 빈 명망에는 민감하면서, 실용은 버린 지가 오래 되었다. 매양 하기 어려운 일을 억지로 하게 하는 까닭에, 남 몰래 악한 짓을 하면서 겉으로는 착한 체하는 자가 없지 아니하다.
이러므로 먼저 의식의 근원에 힘쓴 다음에 예의의 단서를 닦게 하여, 사람에게 악한 일을 숨기지 않고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다.
대저 푸른 소나무를 벗하고 횐 구름과 짝하며, 돌을 베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하며, 아침 연기 속에서 밭을 갈고 저녁 달 아래 물을 긷는다는 그 명목이야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그러나 이것은 상고 때 예의가 갖추어지지 아니하고 온 세상 사람이 모두 민(民)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만약에 이런 것으로써 본(律)을 한다면 관례에 반드시 빈상(빈相에 食을 주도하는 사람)을 모시지 않으며, 혼인에 반드시 친영(혼인할 때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하여, 다시 신랑 집에 와서 혼인 예식을 거행하는 일)하지 아니하며, 초상에 반드시 관(棺)을 갖추지 아니하고, 제사에 반드시 제기를 쓰지 아니할 것이니, 이런 일을 어찌 오늘날에 행할 수 있으랴. 까닭에 인생이 이 세상에 있어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자를 보내는 데는 모두 재물이 소용된다.
그런데 재물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땅이 기름진 곳이 제일이고, 배와 수레와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어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바꿀 수 있는 곳이 그 다음이다.
3. 人心
어찌하여 인심을 논하는 것인가. 공자께서 "마을 인심이 착한 곳이 좋다.
착한 곳을 가려서 살지 아니하면 어찌 지혜롭다 하랴." 하시었다.
또 옛적에 맹자의 어머님이 세 번이나 집을 옮긴 것도 아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마을은 풍속을 가리지 아니하면 자신에게만 해로을 뿐 아니라 자손들도 반드시 나쁜 물이 들어서 그르치게 될 근심이 있다.
그러므로 살 터를 잡음에 있어서 그 지방의 풍속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4. 山水
산수는 어찌하여 논하는 것인가.
대저 산수는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것이다.
살고 있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촌스러워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박한 곳이 많다.
사람이 자라처럼 모래 속에 살지 못하고, 지렁이처럼 흙을 먹지 못하는데, 한갓 산수만 취해서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름진 땅과 넓은 들에 지세가 아름다운 곳을 가려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십리 밖, 혹은 반나절 길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매양 생각이 날 때마다 그 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유숙한 다음 돌아올 수 있는 곳을 장만해 둔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나갈 만한 방법이다.
옛날에 주부자(주자)가 무이산의 산수를 좋아하여 냇물 굽이와 봉우리 꼭대기마다에 글을 지어서 빛나게 꾸미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다 살 집은 두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봄 동안에 저 곳에 가면 붉은 꽃과 푸른 잎이 서로 비치어서, 또한 제대로 나쁘지 않다." 하였다. 후세 사람으로서 산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것을 본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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