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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수도권] 금요일 밤새 '송파 올레길(31.63㎞)' 함께 걸어요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9. 25.

수도권] 금요일 밤새 '송파 올레길(31.63㎞)' 함께 걸어요

송파구청 앞서 9시 집결 "매달 말 밤길순례 열 것"

"밤길을 어떻게 걷나 걱정 말고 오세요."

송파구 잠실6동의 주부 여행가 김효선(53)씨는 "가족, 친구와 수다를 떨며 가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우리 동네의 새 얼굴을 볼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송파구(구청장 김영순)가 오는 25일 밤에 여는 걷기 행사 '송파 올레길 순례'에 참가해 보란 권유다.

송파 올레길은 송파구가 '제주도 올레길'을 본떠 만든 31.63㎞의 도심형 걷기 코스다. 성내천·장지천·탄천·한강으로 이어지는 '송파 워터웨이'를 중심으로 구 명소를 한 바퀴 빙 도는 데 밤 9시 넘어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 6시쯤 마칠 수 있단다. 모든 희망자를 참가시킬 예정이라 따로 신청할 것 없이 당일 밤 9시 전에 집합지인 송파구청 앞 광장으로 나가면 된다.

8시간 이상 걸리는 이 대장정을 처음 제안한 것은 바로 김씨였다. 그는 2007년 스페인에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걸은 뒤 '걷기 전도사'가 됐다. 하천변 보행로가 많은 송파구에도 순례길을 만들자는 김씨의 제안을 구청이 받아들여 '송파 올레길'이 탄생했다. 길 대부분이 공원·천변이라 걷기 쾌적한 데다 야광 스티커를 붙이고 10~15명씩 조를 이뤄 걸으면 밤길이 무섭지만은 않단다.

걷다가 지루해질 염려도 없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인 나각순(54) 박사를 포함한 위례역사문화연구회원 5명이 참가해 '송파 스토리텔링'을 해줘서다. 고도(古都) 송파 땅에 잠든 온갖 사연을 들려준다니 일부만 함께 걸어도 충분히 뜻깊다.

물론 완주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송파 올레길 순례카드'에 기념도장 5개를 모으는 기쁨이다. 5개 주요지점인 석촌호수 서호 수변무대, 성내천 물빛광장, 장지천·탄천 합수부, 한강 잠실둔치,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등에 도착하면 도장을 한 개씩 받을 수 있다. 백제와당·오륜마크·석촌호수처럼 지점에 따라 도장 모양도 제각각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여행자가 '알베르게'란 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그걸 본뜬 것이다.

송파 올레길 순례는 신천동 송파구청 광장을 출발해 바로 옆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서 시작한다. 석촌호수 부근은 송파구의 '송파'란 이름이 태어난 곳이니, 그 사연부터 재미나다. 옛날옛적 호수 근처 한강변에 한 어부가 살며 매일 한강에 나가 고기를 잡았다. 하루는 강이 고요해 어부가 배 위에서 낮잠에 빠졌는데 꿈속에 강변 언덕이 보였다. 소나무가 서 있는 언덕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별안간 언덕 한쪽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어부는 깜짝 놀라 잠을 깼고, 이후 일대를 '송파(松坡·소나무 언덕)'라 불렀다고 한다.

전설 한 토막을 듣고 나면 길은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성내천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발걸음이 닿는 곳은 최근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장지천이다. 장지천을 걷다 보면 탄천이 나오고, 탄천을 걷다 보면 양재천을 만나며, 탄천과 양재천은 모두 한강에 이른다. 청담대교 아래부터 한강을 따라가면 다시 성내천에 이르고,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을 넘어 구청 광장으로 돌아갈 무렵이면 어느새 날이 훤하게 샌다.

"밤길을 같이 걷는 특별한 시간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서로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고 체력도 다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25일 송파올 레길을 첫 공개하고, 앞으로도 매달 말 밤길 순례를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