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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금싸라기' 성동구치소 땅의 미래는…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8. 7. 2.
 
'금싸라기' 성동구치소 땅의 미래는…
2015년쯤 이전… 부지활용 놓고 벌써 논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단지 건립 추진키로
區·주민 "녹지·특목고 등 들어서야" 반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이전을 앞두고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동구치소는 오는 2015년쯤 현재 위치에서 남서쪽으로 2㎞쯤 떨어진 문정동 법조단지 부지로 이전 계획이 잡혀 있다.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서울동부지검·동부지법도 함께 법조단지로 옮긴다.

성동구치소는 1977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강남권 개발 붐을 타고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가락·방이·오금·문정동 일대가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했고, 1990년대 지하철 5호선 오금·개롱역이 생기면서 역세권으로 발전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건립 검토

성동구치소가 이전하면 강남권에 7만8758㎡에 이르는 대규모 노른자위 땅이 생기게 돼 벌써부터 서울시와 송파 주민들 사이에서는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김원태 의원은 "이 노른자위 땅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복지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계획 중인 장기전세주택 건설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인근 도시계획국장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좋은 활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성동구치소가 옮겨가면 서울시가 우선 부지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개발한 문정동 법조단지내 구치소 이전 부지와, 현재 법무부 소유로 돼 있는 구치소 땅을 맞바꾸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 지난 1977년 문을 연 성동구치소 전경(빨간 점선). 주변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있다. /송파구 제공

서울시는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 "(구치소 부지) 매입도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토지 활용 계획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적어도 부지의 절반 정도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shift) 건립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시 내부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800가구 규모의 장기전세주택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전용면적 59㎡ 480가구, 84㎡ 240가구, 114㎡ 80가구 등 세부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시세의 60~80% 정도의 가격으로 길게는 20년까지 거주가 보장된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다.

서울시는 구치소 부지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 장기전세주택을 건립할 경우 오세훈 시장이 중점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역세권에 장기전세주택을 많이 지으려는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김효수 주택국장은 "안정적인 서민주택 공급이라는 장기전세주택 사업의 취지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문화·복지시설 들여야"

송파 주민들은 서울시 방침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30년 넘도록 구치소 때문에 각종 생활 불편을 겪어온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향상시키는 시설로 채워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초·중학교가 3개나 있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박이 주민 문모(39)씨는 "매일같이 줄지어 들어오는 죄인 호송버스와 삼엄한 경찰경비 등을 보며 자라왔다"며 "구치소가 다른 곳에 가서 좋긴 하지만, 임대주택은 이미 송파지역에 많이 들어섰는데 왜 또 지으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는 성동구치소 부지에 공연장·전시공간·녹지 등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기반시설을 들이고, 가능하면 특목고도 유치해야 한다는 내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치소 부지 활용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서울시와 법무부 간 토지 맞교환 협약이 체결될 경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