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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7월의 눈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8. 1.
7월의 눈

최규학

간절함이 있으면 한여름에도
눈이 옵니다
할머니가 앉아있는 마루가 맥반석처럼
달구어져
오징어가 구워질 지경입니다
강아지는 뒤꼍에서 에어컨의
실외기 같이 뜨거운 숨을
토하고 있습니다.
마당 가의 옥수수가 홍어의 지느러미처럼
잎을 펄떡이며 바람을 보내주려
안간힘을 씁니다
“눈이 내렸으면 좋겠네”
할머니가 중얼거리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함박눈이 쏟아졌습니다
“영감탱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나 보구먼”
할머니의 촉촉한 눈동자에는 옥수수에 피인 눈꽃과
하얀 눈이 덮인 마당이 선명합니다
할머니는 추운지 사시나무처럼 떱니다
내리던 눈이 갑자기 소나기로 변했습니다
천둥소리가 할아버지
기침 소리처럼 다정하게 들립니다
할머니도 따라서 헛기침을 합니다
7월의 눈은 그렇게 할머니의 사랑처럼
갑자기 내렸다가 갑자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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