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슈킨, 시를 써서 물오리에게 읽어준다?
시를 쓰지만
시를 쓰는 태도가 다릅니다.
렌스키는 약혼녀에게 읽어주기 위해서
시를 쓰지요. 푸슈킨은 다릅니다. 그는
시를 써서 물오리들한테 읽어줍니다.
연인에게 읽어주는 게 아니고요. 그렇듯
무상한 것 같지만 시를 쓴다는 것,
푸슈킨이 생각하는 성숙은
이 단계까지 가는 겁니다.
- 이현우의《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중에서 -
* 역시 남다릅니다.
그래서 푸슈킨의 시가 특별합니다.
사람 하나 없는 춥고 긴 겨울의 땅 시베리아에서
친구라곤 오직 물오리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물오리와 교감하고, 소통하고, 사랑하고,
영감도 얻었을 것입니다. 물오리에게
읽어주어 울린 시가 어찌 사람을
울리지 못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