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가는 명산] 소백산
- 소백산=글·김기환 월간山 기자 gh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사진·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ydw280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과미리 온 겨울이 함께하네
시속 300㎞. 세상이 요동치는 속도에 맞춰 기차도 빨라졌다. 하지만 총알 같은 기차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 맹렬한 질주 속에 간이역의 낭만 따위가 끼어들 틈은 없다. 빠르게 목적지를 오고 가는 편리함만이 있을 뿐이다.철길이 지나는 산골에 많은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본연의 역할을 잊은 지 오래다. 이제 깊은 산 속 간이역은 화물열차의 쉼터나 추억의 테마공원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간혹 산 덕분에 기차역의 기능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서울과 경주를 잇는 중앙선 철도의 소백산역이 바로 그런 역이다.
- ▲ 소백산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는 소백산역.
오전 8시 36분. 새벽 6시 정각 서울 청량리를 출발한 1601호 무궁화호 열차가 소백산역에 닿았다. 어둠을 뚫고 달려온 열차는 조용히 등산객을 토해냈다. 역 구내 벤치에 앉아 배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문을 여는 순간 산을 넘어온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역시 산동네의 가을은 춥다.
역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죽령, 오른쪽은 희방사 방향이다. 소백산(小白山·1439m)의 클래식 코스 희방사 옛길을 따라 걷는다. 길옆 사과나무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땅바닥을 뒹구는 낙엽이 수시로 발끝에 걸렸다. 가을의 끝에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 ▲ 소백산의 겨울은 바람과 함께 온다. 연화봉에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에 시달렸다.
주차장을 지나 한참을 올라야 희방사 입구가 나온다. 하지만 절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매표소 위에서 희방폭포로 이어진 계곡 길로 접어들었다. 깊숙한 골짜기 속의 폭포는 가을색이 완연했다. 폭포 아래 커다란 소(沼)에는 낙엽이 가득 찼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싼 바위가 희끗희끗하다. 눈이 쌓인 것이다. 11월의 희방폭포에는 가을과 겨울이 공존했다.
희방사를 지나면 긴 오르막이 앞을 막는다. 지루하고 가파른 구간이다. 하지만 지름길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두 시간 정도 숨을 고르며 걷다 보면 온 세상이 발아래 내려앉는 마술을 본다. 죽령을 거쳐 소백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줄기도 너울대며 춤춘다. 이런 신기루에 맛 들이면 '등산 중독'은 시간문제다.
산정이 가까워질수록 눈이 깊어졌다. 바람도 한층 기세를 더했다. 소백산은 멀쩡한 정신도 뽑아간다는 살벌한 바람으로 유명하다. 연화봉(蓮花峰·1383m) 정상에서 그 '바람의 진수'를 경험했다. 잠시 정상에 서 있었는데, 온몸이 휘청거리고 눈도 뜰 수 없었다. 추위와 바람의 칵테일은 위험천만이었다. 가을이 끝나지 않았어도 소백산은 이미 한겨울이다. 겨울 채비를 철저히 갖춰야 할 산이다.
- ▲ 11월의 희방폭포.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다.
◆여·행·수·첩
산행 안내
소백산역(구 희방사역)에서 시작하는 산행 코스는 두 가닥이다. 희방사 옛길을 이용해 연화봉으로 곧바로 오르는 길은 많은 이들이 찾는 오래된 코스다. 죽령 옛길을 통해 고갯마루에 오른 뒤 소백산을 오르는 산행도 인기가 있다. 이 두 코스를 하나로 묶어 산행하기도 한다.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급경사지만 거리가 짧은 것이 장점이다. 소백산에서 가장 붐비는 길로 많은 이들이 이 코스를 이용한다. 희방사 입구에서 문화재관람료 2000원을 받는다. 소백산역에서 희방사까지 약 1시간,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 2시간 30분 정도.(난이도 ★★★)
죽령~연화봉 능선은 백두대간의 본류를 이루는 산줄기다. 이 길은 희방사길과 연결해 당일 산행 코스로 많이 애용된다. 비교적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으나 겨울철에는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 소백산역에서 죽령까지 약 1시간,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약 7㎞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난이도 ★★)
해가 짧은 겨울에는 죽령~연화봉~희방사를 연결한 당일 산행이 무난하다.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른 뒤 죽령으로 하산할 수도 있으나, 북서풍을 마주 보고 걷는 상황이라 매우 힘들다. 철쭉철에는 연화봉 지나 비로봉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은 풍기 방면의 삼가동에서 오르는 것이 가장 가깝다. 삼가동에서 비로사를 거쳐 비로봉 정상까지 2시간 40분 거리.(난이도 ★★)
◆겨울 소백산 주의사항
소백산의 겨울은 바람이 문제다. 특히 죽령에서 연화봉~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늘 강한 바람이 분다. 희방사에서 오를 경우 연화봉 직전의 쉼터에서 미리 겉옷을 든든히 더 챙겨 입는다. 죽령 옛길로 오를 경우, 죽령 주막 앞의 공터에서 준비를 단단히 한다. 방풍 재킷과 바지는 물론, 모자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장갑까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능선에 올랐는데 바람과 추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곧바로 돌아서는 것이 안전하다. 등산객의 통행이 잦은 희방사 방면 산길은 빙판이 진 곳이 많으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챙긴다.
◎ 소백산 산행 기점인 소백산역은 하루에 네 번 기차가 선다. 청량리역에서 6시 00분과 8시 25분에 출발하는 하행선 열차가 정차한다. 안동에서 출발해 청량리로 향하는 상행선 열차는 16시 17분과 18시 15분에 소백산역에서 선다. 서울에서 기차를 이용해서 당일산행이 가능한 곳이다. 2시간 36분 소요.
소백산역에서 가까운 풍기역을 이용하면 운행 열차가 훨씬 많다. 청량리 역에서 풍기행이 하루 8회(6:00, 8:25, 10:30, 13:00, 15:00, 17:00, 19:00, 21:00), 풍기에서 청량리행이 하루 8회(3:06, 7:57, 9:47, 11:43, 14:14, 16:10, 18:09, 20:04) 운행. 풍기에서 희방사나 삼가동 등은 10㎞ 남짓한 거리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요금 1만5000~2만원. 풍기 택시 (054)636-8181.
◎ 소백산역에서 가까운 숙박시설은 희방사 아래 시설지구에 모여 있다. 희방모텔(054-638-8000)이 비교적 규모가 크다. 비로사 입구의 삼가동에도 민박과 팬션이 모여 있다. 황토팬션(054-637-7800· www.loesspension.com ) 평이 좋다. 황토와 숯, 황옥 등 친환경 소재로 지은 황토방의 쾌적감이 탁월하다. 취사가 가능한 시설과 샤워실, 바비큐장 등을 갖췄다. 2~4인용부터 10~15인용 객실 5개를 갖췄다. 성수기 요금 11만~19만원.
◎ 풍기의 특산물인 인삼을 이용한 음식점이 많다. 풍기 시내의 복돌이순대(054-636-8882)는 순대와 인삼을 접목한 인삼순대국밥이 장기다. 기본인 순대 맛도 좋지만 국밥에 인삼을 넣어 씹는 맛이 독특하다. 인삼순대국밥 6000원. 풍기역전 오른쪽 골목에 위치한 서부냉면(054-636-2457) 평양식 냉면의 인기는 여전하다. 메밀냉면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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