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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정(고향)소식]/합곡 동문소식

이름 뿐인 '서울형 어린이집' [조복연 뉴스에 나오다]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12. 9.

이름 뿐인 '서울형 어린이집'            [조복연 뉴스에 나오다]

MBC | 입력 2009.12.08 22:28 | 수정 2009.12.08 22:32

 


[뉴스데스크]

◀ANC▶

보육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서울시가 올해부터 막대한 돈을 들여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보육서비스 말고 엉뚱한 것만 좋아지고 있습니다.
양효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서울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
창가 바로 옆으로 고압 전선과 변압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반드시 있어야 할 비상대피 시설은 없습니다.

◀SYN▶ 박재성 교수/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고압전선하고 변압기가 있게 되면 아이들이 통행을 할 때
감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고요."
또 다른 어린이집. 주변에는 천 개가 넘는 인쇄소가 있고,
바로 옆에는 굴착기가 소음을 내며 건물 신축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슬아슬 차를 피해 다닙니다.
그런데 이들 어린이집에는 모두 '서울형 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영세한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 수준을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서울시가 지난 5월 처음 시작한 제도입니다.
영세한 어린이집도 시설을 잘 갖추면
서울시가 인증을 해주고
재정 지원도 해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앞에 나온 두 어린이 집은
시설이 엉망인데도 구청이 맨 처음
현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안전과 환경 평가에서 모두 만점을 줬습니다.
또 서울시는 구청의 이 평가만을 믿고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을 내줬습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 집을 공사하는 과정도
엉터리입니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 5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선정되면서
외부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 견적서에는 어린이집 정면에 설치된
조그만 현판과 외부간판,
천막 13개를 설치하는데
모두 949만 원이 든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한술 더 떠 시공 업체는 견적서를 조작해
가격쯤은 원하는 대로 맞춰줄 수 있다고 합니다.
 
◀SYN▶ 시공업자
"(실제 공사비가) 100만 원이 들면,
(견적서를) 200만 원 맞춰 달라면 맞춰 주고
딴 어린이집도 다 그렇게 얼마씩 빼고
그렇게 했어요."
서울형 어린이집 환경 개선비 명목으로
서울시가 지급한 돈은 지금까지 57억 원.
그런데 이 가운데 간판, 현판, 도색 같은
겉모습을 바꾸는 데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31억 원을 썼습니다.
이렇게 겉모습 단장에만 돈을 들이다보니
일선 원장들은 정작 쓸 곳에는
돈을 못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SYN▶ 서울형 어린이집 원장
"정말 다른 거 기자재 같은 거
사서 쓰고 싶은 게 더 많죠.
서울형 이거 만큼은 너무 잘못한 거 같아.
돈을 너무 아까운데 쓴 거예요.
이거 다 세금 아닌가."
학부모들도 보육 서비스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SYN▶ 학부모

"뭐 변화된 건 전혀 없죠.
서울형 어린이집이라
꼭 간판만 새로 바뀐 듯한
느낌을 받을 뿐이에요."
그래도 서울시는 쓸 데 썼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SYN▶ 조복연/서울시 보육기획팀장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올해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까
차별화를 하고 학부모들이 빨리 손쉽게
서울형 어린이집이 어디라는 걸 알 수 있는..."
서울시는 모두 2천 100억 원을 들여
내년까지 서울형 어린이집을
2천 800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외부를 치장하고 인증시설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소중한 예산이 어린이들의 보육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양효걸입니다.

(양효걸 기자 amadeu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