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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수도권2]지명유래

[수도권II] [우리동네 지명유래] [4] 唐나라 장수 설인귀 관련 전설 많아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3. 10.

파주 설마리·마지리

파주시 적성면 소재지에서 감악산 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설마리 영국군 전적비'로 알려진 장소가 있다. 언뜻 한적한 공원처럼 보이지만 전쟁의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산자락 바위에 돌을 쌓아 붙이고 한글과 영어로 된 비석을 박은 조형물이 있다. 매년 4월 영국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등이 찾아와 이 앞에서 추모행사를 갖는다. 6·25전쟁 당시인 1951년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이곳 설마리 계곡에서는 영국군이 중공군과 접전을 벌였다. 당시 영국군은 10배가 넘는 중공군을 맞아 3일간 남하를 지연시킴으로써 유엔군이 무사히 후퇴, 서울을 사수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영국군은 93명이 숨지고 526명이 포로가 됐다고 한다. 한국은 1957년 6월 이곳에 주변의 돌을 모아 전적비를 세워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 있다. 영국군 전적비는 작년에는 등록문화제(제 407호)로도 지정됐다.

이처럼 뼈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설마리의 지명은 엉뚱하게도 당(唐)의 장수 설인귀(薛仁貴·613~683)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가 이곳에서 말을 달리며 훈련했다고 해서 '설마치(薛馬馳)', 겨울에 눈밭을 누비며 무예를 쌓아 '설마리(雪馬里)'라고 불렸다는 전승이 있다. 감악산 일대에는 설인귀와 관련된 전설과 지명이 유독 많다. 이에 따라 그가 고구려 출신이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적성면사무소가 있는 마지리(馬智里)도 마찬가지다. 설인귀가 수련하는 과정에서 말발굽이 이곳을 가장 많이 지나갔다고 해서 '마제리(馬蹄里)'라고 했으나, 발음이 변해 마지리가 됐다는 것이다. 지형이 마디처럼 생겨 '마디'라고 했는데 '마지'로 변했다는 설명도 있다. 대규모 군 훈련장이 들어서 있는 법원읍 무건리(武建里)도 설인귀가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