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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좋은글 참된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8. 4. 3.
詩/ 이상화(1901~1943)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3月이면 떠 올라..옮긴 詩/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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