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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생생화보]/추억만들기

[2014년 12월 2일] 도란도란 고향 이야기 (한순옥여사님+ 이운범 여사님의 나들이)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4. 12. 2.

[2014년 12월 2일] 도란도란 고향 이야기(한순옥 여사님+ 이운범 여사님의 나들이)

고운 얼굴로 시집온 지 60년, 

어느덧 세월이 흘러 흘러

할머니로 변했답니다.

오늘은 부여 읍내로 버스를 타고 노래교실 가는 날입니다.

두 분은 몇 년 전부터 신나남 노래교실에 입문하여 제2의 인생을 즐기시는 중이랍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시작인데

아침부터 마음이 바쁜가 봅니다

어제 그저께부터 노래교실 가는 날만을 기다리며 하얀 머리카락을 까맣게 염색도 하고,

옷은 어떤 걸로 입고 갈까?

하시며 "내 나이가 어때서" 라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여자는 젊던 늙어서 할머니가 됐던 여자는 여자랍니다.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자

"쭈그렁 할매 찍어서 뭣 할라꼬~ 안된다."며 얼굴을 감추시는

이운범 할머니,

그러자 옆에 계신 한순옥 할머님 말씀.

"그나마 지금 안 찍으믄 언제 찍어 볼겨~

나중에 더 꼬부라지믄 그때?"

"지금이 뭐 가 어뗘서~, 하시믄서

까르르 소녀 같은 감정으로 환하게 웃고 계신다. 

 

마지못해 한 장 찍고 나서

멋쩍은 지 두 분이 까르르

웃으신다.

마스크나 벗으라고 말하고

또 웃음이 가득하다.

 

두 분은 동갑 내기라며

절친이랍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동네로

시집와서 반세기 넘는 세월을

함께 하셨으니 남편보다 더 좋은

친구로 변했네요.  

팔순 나이를 바라보는 할머니,

비록 얼굴에 주름지고

손이 거칠어졌지만

마음만은 소녀다운 감성으로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 미소 할머니랍니다. 

"인자 괜찮혀~ 이쁘게 나왔남~"

ㅎㅎ하며 다시 까르르 웃으며 뒹구르신다. 아이구 찍으믄 뭣헌댜~ 주름만 잔뜩헌디~...

 

이제나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기다리는 버스는 안 오고

찬바람에 목도리만 조여 맨다

일주일 중 화요일을 사랑하는 두 할머님의 행복한 나들이

반겨주기나 하듯 겨울날의 긴 햇살이

정거장 칸 안을 가득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