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수목원 스케치 / 최규학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5. 20. 22:44
수목원 스케치
최규학
사자는 우리에 갇히고
나무는 수목원에 갇힌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바오밥 나무
링거 맞는 중환자처럼 무표정하다
고향에 있었으면
천년쯤 지난 후에 구름 같은 수관을 쓰고 승천할 수 있었을 것을
아라비아에서 뽑혀온 코코야자
꽁지 빠진 공작새처럼 풀이 죽어있다
고향에 있었으면
파초선 같은 날개를 펄럭이며 열사의 땅을 식혔을 것을
아마존에서 잡혀온
비핀나티피덤필로덴드론 나무
잎 진자리에 남은 문어 빨판 같은 흔적이 아파 보인다
고향에 있었으면 둥근 눈 번쩍이며 숲의 수호신이 되었을 것을
나무여 수목원에 갇힌 것을 서러워마라
사람이 비록 나무를 가둘지라도 나무의 정신을 어이 가두랴
궁궐에 갇힌 왕처럼 사람의 시중이나 받으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