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리좀을 입은 여인 / 최규학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8. 8. 14. 16:47

 

리좀을 입은 여인/

 

 

최규학

 

 

사람이 입는 것은 옷만이 아니다

패션을 입고 사랑을 입고 자유를 입는다

하얀 자루를 싹둑 잘라

디오게네스의 통처럼

입었다면

리좀을 입은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입은 것이다

리좀을 입은 사람은 옷 속에서

하늘을 나는 솔개가 되고

땅속을 탐험하는 두더지가 되고

광야를 질주하는 재규어가 된다

리좀을 입은 여인이 두 개의 산봉우리가 솟은 하얀 대지가 되어 내게로 걸어왔다

그 순간 나는 리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