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첫눈은/ 최규학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12. 7. 10:52
첫눈은/
최규학
첫눈은 누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가
근사한 커피숍에서 달콤한 커피를 마시는
부유한 연인들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군고구마를 호호불며
사랑의 눈길 주고받는
가난한 연인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첫눈 오는 날 따뜻한 차 안에서
무심하게 눈을 바라보는
철학자 같은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눈을 맞으며 하얗게 걸어가는
동화 속 요정 같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
첫눈은 짝과 함께 서서
사랑의 불꽃놀이같이 분출하는 눈을 벅찬 가슴으로 받는
행복한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겨울나무처럼 홀로 서서 천상에서 내려오는
눈이 짝이라도 되는 듯 외로운 가슴으로 받는
고독한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