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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인어공주 인어공주 최규학 사랑을 숨기는 것보다 더 깊은 사랑 있을까? 아픔을 숨기는 것보다 더 큰 아픔 있을까? 인어공주의 사랑 이야기 바다보다 깊고 죽음보다 아프구나 바다는 숲속 왕자를 침입자처럼 물에 빠뜨렸으나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하고 목숨 바쳐 사랑하였네 사랑을 위하여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고 두 다리를 얻어 가시밭길을 걷는 아픔으로 왕자에게 다가갔지만 왕자는 죽음의 신에게서 자신을 지켜 준 아름다운 여인이 이웃 나라 예쁜 공주라 생각했네 왕자를 칼로 찌르면 살 수 있지만 인어공주는 그러지 않았네 사랑의 아픔이 별이 되었네 죽음의 두려움이 꽃이 되었네 검은 천이 하얗게 불탔네 인어공주는 죽어서 물거품이 되었지만 사랑으로 죽음을 극복한 덕에 불멸의 영혼을 얻어 승천하였네 2021. 9. 11.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 최규학 나는 맑고 깨끗한 나르키소스가 되고 싶다 아름답지만 가시가 많은 로즈는 되고 싶지 않다 꿀은 많지만 볼품없는 체스넛 플라워도 되고 싶지 않다 우뚝하지만 태양만 바라보는 썬플라워도 되고 싶지 않다 추위를 견디지만 멀쩡할 때 툭 떨어지는 카멜리아도 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물속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하고 제 모습을 그리워하고 제 모습을 사랑하여 물에 빠져 죽는 나르키소스가 되고 싶다 나는 한 떨기 노오란 수선화로 피고 싶다 2021. 9. 3.
맨드라미 꽃 맨드라미꽃 최규학 늘 가던 길가에 네가 있었다 늘 보던 꽃 속에 네가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너를 꽃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너를 구름 속의 낮달처럼 지나쳤다. 어느 날 문득 네가 보였다 너는 장미보다 빨간 맨드라미꽃이었다 너는 심장처럼 뛰는 맨드라미꽃이었다 네가 꽃으로 보이는 순간 내 가슴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했다. 네 사랑이 용암처럼 흘렀다. 너는 하늘아래 가장 뜨거운 꽃으로 다가왔다 2021. 9. 1.
공든 탑 공든 탑 최규학 나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공이 무엇인지를 공(功)은 공손할 공(恭)이요 정성 공(悾)이며 바칠 공(貢)이었습니다 두려울 공(恐)이며 빌 공(空)이었습니다 두 손 맞잡을 공(拱)이며 묶을 공(鞏)이었습니다 사비성 한복판에 천오백 년을 버티고 서있는 저 석탑은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있길래 아직 부소산과 형 아우 하는 것일까요? 서동왕자 선화공주의 사랑은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있길래 천오백 년이 지나서도 장미와 향기를 다투는 것일까요? 나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바위 위에 자그만 돌멩이 몇 개로 기원 탑을 쌓아 올리는 의미를 공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바치는 저 손길이 두려운 마음으로 신이 채울 빈 곳을 남기는 저 순수가 돌과 돌을 서로 잡아 묶어둔다는 것을 어.. 2021.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