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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소원을 간직하는 사람 소원을 간직한 사람 최규학 작은 소원 하나 씨앗처럼 간직한 사람에 정이 간다 봉황을 보려고 오동나무를 심는 사람의 소원보다 손자에게 주려고 사과나무를 심는 할아버지의 소원에 더 정이 간다 세상을 구하려고 고행에 들어가는 사람의 소원보다 자신을 구하려고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의 소원에 더 정이 간다 자식을 출세시키려고 로비하고 다니는 요즘 어머니의 소원보다 자식이 잘 되기를 위해 물 떠 놓고 기도하는 옛날 어머니의 소원에 더 정이 간다. 그저 내 차 하나 갖고 싶은 사람 그저 내 집 하나 갖고 싶은 사람 그저 내 일 하나 갖고 싶은 사람 그저 나뭇잎 하나 갖고 싶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의 소원에 더 정이 간다 2021. 10. 16.
고란사 고란사 최규학 고란사 바위틈에 고란초 숨어있고 바위 밑 옹달샘에 고란수 글썽이네 물맛은 그대로인데 백제왕은 없구나 백마강 푸른 용이 조룡대 낚일 적에 낙화암 벼랑 위에 꽃비가 내렸었지 진달래 붉은 꽃잎에 궁녀 한이 짙구나 풀벌레 울음 울어 고란고란 염불하고 부소산 깃든 넋이 초승달 눈 뜰 적에 고란사 종소리 울려 백제 혼을 깨운다 2021. 10. 2.
구절초 구절초 최규학 소나무 양산 들고 구절초 길 나서니 구름이 앞장서고 달빛이 뒤따른다 가을이 보따리 풀어 구경하며 가란다 2021. 9. 23.
벼 이삭 벼 이삭 최규학 벼 이삭을 바라보며 벼의 삶을 생각한다 비바람 견뎌내고 튼실한 이삭을 얻었으니 벼의 삶은 성공한 것일까? 벼 이삭이 튼실히 익으면 벼는 죽게 되니 벼의 삶은 허무한 것일까? 벼가 오로지 튼실한 이삭만을 위해서 한평생을 희생하더라도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벼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쳐야만 튼실한 이삭을 얻을 수 있다 튼실한 이삭이 없다면 벼의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벼가 튼실한 이삭만을 위해 산다면 벼의 삶은 그 자체가 없다. 아 존재와 비존재의 모순이여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저 벼 이삭을 바라보며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탓한다 2021.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