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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397

단풍 별곡 단풍 별곡 최규학 단풍은 일곱 빛깔 무지개 치마 산에서 들에서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혼불이 되어 비행기가 되어 공작새 날개가 되어 둥글게 둥글게 단풍은 가을볕에 취한 노승 낮잠을 자다가 나무 아미타∼ 불 나무 아미타∼ 불 단풍은 식어가는 너의 심장 무심한 바위가 흘리는 붉은 눈물 2022. 10. 31.
청설모 청설모 최규학 나는 비루한 쥐새끼가 아니다. 푸른 도포를 입은 청서이다 나는 얼뜨기 인공지능이 아니다. 버전 5.0의 자연 지능이다. 몸통만 한 꼬리에 빛나는 꼬리털 눈부시다 청서모 아니 청설모 나는 유해 동물이 아니다. 숲속의 성자이다. 곧추선 나무줄기를 평지처럼 오르내리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바람처럼 건너다닌다. 도토리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가래나무 잣나무.. 이런 것들이 숲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내가 삽질하여 숨겨놓은 씨앗 덕분이다 배고픈 까치와 까마귀에게 식량으로 나누어 주고 남은 것들을 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잠꾸러기 다람쥐야 황조롱이 무섭거든, 내 집 하나 내어주마” 2022. 9. 26.
민족의 달 만족의 달 최규학 추석날 가을 하늘처럼 텅 빈 어머니 가슴에 만족의 달이 뜬다. 뼈 빠지게 일하여 번 돈으로 새끼들 새 옷 해 입히고 고기 두 어근 끊어오고 부침개도 부치고 삼사 실과도 사고 약주도 한 병 받아온다. 풍성한 송편과 함께 조율이시 어동육서 올리고 나면 왁자지껄 만족의 달이 뜬다. 제사를 잘 지내면 복이 온다더니 조상님께서는 흠향만 하시고 음식을 그대로 남겨주신다. 동산같이 솟은 제사상 위에 만족의 달이 뜬다. 2022. 9. 26.
매미의 노래 매미의 노래 최규학 저것은 나무가 오줌 누는 소리 천 길 낭떠러지 머리를 풀어헤치고 번지점프 하는 폭포수의 비명 목탁도 없이 내뿜는 이 빠진 노승의 염불 소리 해안 절벽에 머리 처박고 죽는 파도의 절규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하며 달려가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202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