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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虛潭(허담)조성열·글모음

이 가을에 읽을 두편의 시 (가을 노래/이해인, 가을의 소원/안도현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9. 23.

이 가을에 읽으실 두편의 시 -

 

[ 가을 노래:이해인 ]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운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 가을의 소원(안도현) ]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 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2019.9.16.虛潭.조성열정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