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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나와 나무의 자화상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4. 18.

나와 나무의 자화상

 

                          최 규 학

 

 

나무의 어떤 모습이 참모습 인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나의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

 

나무의 모습이 화가가 그리는 그림처럼 변하듯이

나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변한다

 

나무의 모습이 스스로 그리는 자화상인지

아니면 신이 그리는 타화상인지 알기 어려운 것처럼

 

나의 모습도 내가 스스로 그리는 자화상인지

아니면 신이 그리는 타화상인지 알기 어렵다

 

만약 스스로 그리는 자화상이라면 어느 것이

나와 나무의 진짜 자화상일까

 

햇빛 더 받고 바람 더 쏘이려 사방팔방 가지 뻗는

욕심장이 구두쇠 같은 모습이 진짜일까

 

아니면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는

의좋은 형제 같은 모습이 진짜일까

 

쏟아지는 햇볕과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의지의 사나이 같은 모습이 진짜일까

 

아니면 작은 벌레에도 꼼짝 못하고 작은 비바람에도 꺾여버리는

연약한 어린 나무 같은 모습이 진짜일까

 

바람 불면 나풀거리고 철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쟁이 활엽수가 진짜 모습일까

 

추운 날에도 변치 않고 푸른 모습 높은 기상

고집쟁이 침엽수가 진짜 모습일까

 

하나의 나무 모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내 모습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나무의 자화상을 생각하며

나의 자화상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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