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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무소유로 살라시네//시인 임원재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1. 6. 30.


  

무소유로 살라시네

 

  글/임원재

 

눈을 감고

시간을 멈추게 하라

가슴을 열어

중심에 깃발을 꽂고 응시(凝視)해 보라

 

물소리 새소리 달 가는 소리

뜨고 못 보는 것을

눈 감고도 볼 수 있는

일체 유심 조(一體唯心造)라.

 

호렙 산 가시덤불에

신들메 벗어들고 꿇어앉은 모세여

석가탑 그림자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영지(影池)에 몸을 던진

너여 나여 아사녀여...!

 

"나는 곧 나다."

존재자의 목소리가 형상화되어

십자가 종탑으로 높이 솟아있고

붓다가 조형물로 우리 곁에

함께 있으나 항상 있으나

너나 나나 듣지 못하네

보지 못하네

 

사랑은 비우는 것

껍질을 덤불 속에 던져라

탯줄을 끊어 영지에 묻고

알몸이 되어

알몸이 되어

모두 다 퍼내고 항아리를 비우라.

 

'내가 가야 길이 된다

우골탑 앞에

미투리까지 벗어 던지고

맨발로 돌아서는 그가 계시고

 

새벽을 여는 청소부의

짐수레 안에서

무소유가 무소이니

무소유로 살라신다.

 

  =백강문학에서=

 

 

(내 고향 부여 장암 시인 임원재 교수님 글입니다.)